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전, 무엇을 어떤 순서로 보나
드로잉 200점 포함 약 500점. 성북동 한옥에서 시작해 뉴욕·런던·베를린을 거쳐 온 작가의 30년을 원형 동선으로 걷는다. 12월엔 서울박스에 실물 크기 뉴욕 아파트가 더해진다.
이 글은 국립현대미술관의 보도를 바탕으로 Placia가 새로 정리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

이미지 © 《서도호》 전시 포스터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전시 이미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이 8월 27일 시작됐다. 개막 2주 만에 미술관 누리집 조회수가 34만을 넘겼다. 출품작은 드로잉 200여 점을 포함해 약 500점. 한 작가의 30년을 이 규모로 펼친 전시는 서울관에서도 드물다. 지난달 9월 미술관 라인업 글에서 한 문단으로 예고했던 그 전시를, 이번엔 무엇을 어떤 순서로 보게 되는지 중심으로 따로 정리했다.
집을 들고 다니는 작가
서도호는 반투명 천으로 자신이 살았던 집을 실물 크기로 지어 옮겨 다니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출발점은 서울 성북동의 한옥이다. 조선의 마지막 대목장이 6년에 걸쳐 지은 집에서 자랐고, 그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경험이 공간을 몸으로 기억하는 감각을 만들었다. 이후 뉴욕의 원룸에서 25년을 살면서 문손잡이와 스위치의 위치가 자기 움직임을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집은 그에게 건물이 아니라 몸에 남은 기억이고, 그래서 천으로 지은 집은 접어서 가방에 넣고 다른 도시로 옮길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출발점인 1994년의 첫 천 작업 〈516호〉부터 올해 신작까지를 한 바퀴로 잇는다.
〈둥지/들〉(2024). 여러 도시의 복도와 문을 이어 붙인 22m 길이의 천 설치.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500점, 원형으로 도는 동선
전시는 지하 1층 3·4·5전시실과 2층 MMCA 스튜디오를 쓰고, 동선을 원형으로 짰다. 기획을 맡은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한 가지 질문이 30년 동안 어떻게 반복되고 변주되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전시장 복도의 '시드 뱅크'에서 유년기와 학생 시절의 초기작과 아카이브를 먼저 보고, 3전시실에서 선 드로잉·실 드로잉·탁본 200여 점을 지난다. 4전시실에는 성북동 한옥과 광주극장 사택의 벽을 종이로 문질러 떠낸 〈러빙/러빙〉 연작이 마주 보게 놓였고, 5전시실에서 〈둥지/들〉을 비롯한 최근의 대형 천 설치와 영상을 만난다. 2층 MMCA 스튜디오는 신작의 방이다. 수제 종이에 실로 만든 〈자화상〉, 그리고 작가가 입던 코트와 가족의 옷 주머니를 재료로 래코드와 협업한 〈사랑의 기억〉이 여기 있다.
놓치지 말 것 세 가지
첫째는 〈작은 문, 서울 성북구 성북동 260-10〉이다. 성북동 옛집의 대문을 1:1로 재현한 작품으로, 이 전시 전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가장 짧게 보여준다. 둘째는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작가가 거쳐 온 여섯 도시의 거주 공간 요소를 한 채로 겹친 건축적 자서전이다. 셋째는 1999년부터 이어 온 '다리 프로젝트'. 서울과 뉴욕을 잇는 상상의 다리를 건축가·철학자와 함께 설계해 온 기록으로, 실물 작품이 아니라 생각의 과정을 보는 방이다. 반투명 천 방에 혼자 서서 문 안쪽의 색이 바뀌는 순간을 기다려 보는 것이 이 전시를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12월에 한 번 더 갈 이유
12월 18일부터는 1층 서울박스에 뉴욕 웨스트 22번가 아파트를 실물 크기로 재현한 〈아파트 A, 복도와 계단〉 전체 유닛이 추가로 공개된다. LACMA 소장품으로, 서울박스의 높이를 그대로 쓰는 설치라 지금 전시와는 다른 스케일이다. 서울박스 전시는 2027년 3월 28일까지 이어지고, 본전시가 끝난 뒤에는 도쿄도현대미술관과 홍콩 M+로 순회할 예정이다.
관람 정보
본문 사실은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안내, 아주경제(8/12), 디자인플러스 기사를 바탕으로 Placia가 새로 정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