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즈·키아프 2026 결산: 15만 명, 유영국 25억
프리즈 7만·키아프 8만. 최고가는 지난해 61억에서 25억으로 내려왔지만 70달러짜리 회화부터 수십억 원까지 거래는 고르게 이어졌다. 나흘간의 숫자와 갤러리들의 말, 그리고 내년 DDP 이전까지.
이 글은 Frieze · 한국경제의 보도를 바탕으로 Placia가 새로 정리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 ↗

이미지 © Frieze Seoul 2026. Image by WeCap Studio. Courtesy of Frieze (© Frieze)
프리즈 서울이 지난 토요일, 키아프 서울이 일요일에 코엑스에서 문을 닫았다. 프리즈는 나흘간 7만 명, 키아프는 닷새간 약 8만 명을 모아 합산 15만 명 안팎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였다. 숫자만 보면 정체지만 내용은 달랐다. 54개 국가·지역에서 온 방문객과 178개 미술관·기관 관계자는 다섯 번의 프리즈 서울 가운데 가장 많았고, 참가 갤러리도 30개국 133곳으로 역대 최다였다. 그리고 최고가는 내려왔다. 지난해 마크 브래드포드 61억 원이었던 자리를 올해는 국제갤러리의 유영국 〈Work〉(1971)가 22억~25억 원으로 채웠다. 뉴시스는 이 페어를 두고 "거품 뺀 프리즈 서울"이라고 썼다.
유영국 25억, 김창열 15억 — 한국 작가가 맨 위에 섰다
올해 페어 최고가 작품은 한국 작가 것이었다. 국제갤러리 부스의 유영국 1971년작 〈Work〉를 북미 미술관 이사회 멤버가 첫날 VIP 데이에 보고 다음 날 구매를 확정했다. 프리즈 서울 5년 역사에서 한국 작가 최고가다. 갤러리현대는 김창열 '물방울' 5점을 최고 110만 달러(약 14억 7,500만 원)에, 이승택 3점을 최고 70만 달러에 팔아 부스 합계 230만 달러를 넘겼다. BB&M은 이불 작품을 2억 6천만~3억 9천만 원대에 전량 판매했고, 조현화랑의 이배 신작 브론즈와 숯 작품은 개당 5천만~1억 8,700만 원에 나갔다. 국내 갤러리 7곳의 첫날 판매만 51억 원이 넘었다.
해외 메가 갤러리도 고르게 팔았다. 하우저앤워스는 라시드 존슨 회화를 120만 달러에 국내 기관에 넘겼고 루이스 부르주아 60만 달러, 에이버리 싱어 57만 5천 달러가 뒤를 이었다. 타데우스 로팍은 개막일 아드리안 게니 110만 유로(약 17억 4천만 원)와 안토니 곰리 75만 파운드를 기록했다. 화이트 큐브는 리히터 〈Fuji〉(1996)를 62만 5천 유로, 바젤리츠를 80만 유로에 팔았다. 다만 데이비드 즈워너처럼 가격을 공개하지 않은 곳도 많아 이 숫자는 전체가 아니라 갤러리가 알리고 싶어 한 부분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갤러리현대 부스. 김창열·이승택으로 부스 합계 230만 달러를 넘겼다. Gallery Hyundai, Frieze Seoul 2026. Courtesy of Frieze
70달러부터 25억까지 — 신설 섹션이 만든 아랫단
올해 프리즈가 새로 연 두 섹션이 페어의 아랫단을 넓혔다. 조혜영이 큐레이팅한 '머티리얼 프랙티스'는 공예와 디자인의 경계에 선 작업을, 고원석이 맡은 '스포트라이트'는 서구 정전 밖 20세기 작가의 개인전을 모았다. 스포트라이트에 나온 선화랑의 석란희 1987년작은 8,800만 원에 팔렸고, 매니저 이준화는 87세 작가가 처음으로 프리즈 관객을 만났다고 말했다. 신생 갤러리 섹션 '포커스'의 휘슬은 dpgp78의 스펀지 블록 회화를 개당 70달러에 내놓아 500점 중 400점 이상을 팔았다. 같은 페어 안에서 70달러와 25억 원이 거래된 셈이다. 프리즈 CEO 사이먼 폭스는 시장이 건강하다고 보는 근거로 특정 초고가가 아니라 여러 가격대의 거래 총량을 꼽았다.
키아프: 정구호가 바꾼 동선, 그리고 포지셔닝 고민
25주년을 맞은 키아프는 처음으로 외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뒀다. 디자이너 정구호는 "페어는 사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며 전시장 동선을 다시 짰고, 오형근 사진전으로 관람객을 그랜드볼룸까지 끌어들이는 동선을 기획했다. 조성진 피아노 공연과 AR 프로그램도 붙였다. 판매는 중가대가 견인했다. 국제갤러리가 유영국 1979년작을 6억~7억 2천만 원에, 갤러리현대가 백남준·정상화 등으로 18억 원 이상을 기록했고, 키다리갤러리 임일민 11점, 옵스큐라의 솔 르윗 3점은 완판됐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젊은 컬렉터가 많이 늘었다"고 했다.
숙제도 드러났다. 프리즈의 국내 갤러리는 2022년 12곳에서 올해 57곳으로 늘어 전체의 40%가 됐고, 이데일리는 이를 해외 갤러리 이탈의 결과로 읽으며 "프리즈=초고가, 키아프=중저가"라는 구도가 무너져 키아프의 자리가 애매해졌다고 지적했다. 페로탕과 마시모 데 카를로는 올해 프리즈에 나오지 않았다. 아트코리아방송은 공연과 다이닝 같은 부대 프로그램이 작품을 가리면 페어가 "장식적 축제"가 될 위험이 있다고 썼다.
Frieze Seoul 2026. Courtesy of Frieze
시장은 회복 중인가
언론의 결론은 대체로 같다. 10억 원 이상 초고가 거래는 줄었고, 수천만~수억 원대 중가와 신규 컬렉터가 거래를 떠받쳤다. 서울경제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큰돈을 묶어 뒀다고 봤고, 아트넷은 6월 고점 대비 25% 내린 코스피와 원화 약세, 부동산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컬렉터가 관망했다고 분석했다. 박여숙화랑의 브라이언 박은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나 시장성이 분명한 작품이 아니면 현금을 쥐고 있으려 한다"고 말했다. 반대편에는 리만머핀의 레이첼 리만이 있다. 프리뷰 데이에 판매한 작품 대부분을 아시아 컬렉터가 샀다며 이 지역 컬렉터층의 깊이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의 유보가 가장 정직해 보인다. 갤러리가 공개한 사례만으로 시장 전체의 회복을 말하기는 어렵다.
내년엔 두 곳에서 열린다
2027년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리모델링 때문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긴다. 키아프는 코엑스에 남는다. 두 페어는 2031년까지 파트너십을 이어 가며 통합 티켓과 공동 프로그램은 유지하기로 했다. 프리즈 측은 내년 행사를 "보다 집약적으로" 꾸려 참가 갤러리와 출품작을 엄선하겠다고 밝혔고, DDP가 올해 규모를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이미 나온다. 서울의 9월 첫째 주가 5년 만에 처음으로 한 지붕을 떠나는 셈이다.
판매 금액은 프리즈 폐막 보도자료(9/6), 한국경제(9/7), 헤럴드경제 폐막 기사, Artsy·Artnet 보도에서 갤러리가 공개한 것만 옮겼다. 비공개 거래는 포함되지 않았다. 영문 매체 인용은 Placia가 번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