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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림 살 때 알아야 할 것: 가격·세금·보증서

수억 원짜리 이야기 말고 월급으로 시작하는 컬렉팅. 얼마부터 살 수 있는지, 어디서 사는지, 무엇을 받아야 하는지,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 숫자와 제도로 정리한 첫 작품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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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ia 에디터
2026.06.22 · 조회 23
처음 그림 살 때 알아야 할 것: 가격·세금·보증서

이미지 © 앙리 팡탱-라투르 '꽃과 과일이 있는 정물'(1866) · The Met (CC0)

지난주 프리즈 서울에서 가장 비싼 작품은 유영국의 25억 원짜리 유화였고, 가장 싼 작품은 신생 갤러리 섹션의 70달러짜리 스펀지 블록 회화였다. 후자는 500점 중 400점 넘게 팔렸다. 같은 페어 안에 두 시장이 있는 셈이고, 처음 그림을 사는 사람이 들어갈 문은 당연히 두 번째 쪽이다. 이 글이 다루는 시장은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사이, 아직 이름이 덜 알려진 신진 작가의 작품이다. 이 글은 그 시장에 처음 들어가는 사람을 위해 썼다. 무엇을 사라는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얼마인지, 어디서 파는지, 무엇을 받아야 하는지,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부터 적는다.

그림값은 어떻게 매겨지나 — '호'부터 알자

한국 화랑가는 그림 크기를 '호'로 부른다. 프랑스에서 온 캔버스 규격이 일본을 거쳐 들어온 것으로, 1호는 22.7×15.8cm, 엽서 두 장 크기다. 가격은 대체로 호수에 작가별 호당 가격을 곱해 정한다. 호당 40만 원인 작가의 10호(53×45.5cm) 작품이면 400만 원이라는 식이다. 20호를 넘어가면 호당 가격을 체감 적용하는 관행도 있다. 신진 작가의 호당 가격은 갤러리와 작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하나의 숫자로 말할 수 없지만, 생애 첫 컬렉터를 표방한 아트페어 '더프리뷰 서울'의 2025년 출품작 가격대는 "100만 원 이하부터 수백만 원대"였다. 구매자 직군은 회사원이 18%로 가장 많았고 전업주부, 의료·법조 전문직이 뒤를 이었다. 드로잉, 소품, 판화, 에디션 포스터는 그보다 아래에서 시작한다. 갤러리스트들이 입문자에게 갤러리의 드로잉이나 소품부터 권하는 이유다.

어디서 사나 — 1년 달력으로 보는 구매처

신진 작가 작품은 대형 페어의 메인 부스보다 다음 자리에 많다. 봄에는 4월 코엑스의 화랑미술제가 열리고, 그 안의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은 올해 약 700명 지원 중 10명을 뽑았다. 같은 4월 성수동 에스팩토리의 더프리뷰 서울은 48개 갤러리, 300명 작가 규모로 첫 컬렉터를 겨냥한다. 여름에는 7월 말 코엑스의 어반브레이크가 15개국 355명 작가를 모았고, 가을에는 9월 키아프 플러스가 국내 8곳, 해외 11곳의 신진 작가 갤러리를 키아프 안에 들인다. 겨울에는 12월 서울아트쇼가 있다(지난해는 24일부터 28일까지였고 올해 일정은 코엑스 공지를 보자). 페어 밖에서는 11월 전후의 미대 졸업전시가 가장 싼 입구다. 갤러리에 소속되기 전의 작가를 작가 본인에게서 직접 만난다. 온라인이라면 오픈갤러리 같은 원화 렌탈 플랫폼도 있다. 20호 이하 작품을 월 6만 9천 원에 빌려 석 달마다 바꿀 수 있고, 빌리던 작품을 사면 낸 렌탈료 일부를 깎아 준다. 벽에 걸어 보고 결정하는 방식이 첫 구매에는 오히려 맞을 수 있다.

프리즈 서울 2026 포커스 섹션 부스 프리즈 서울 2026의 신생 갤러리 섹션 '포커스'. 대형 페어에서도 신진 작가는 이런 자리에 있다. Yehudi Hollander-Pappi, Frieze Seoul 2026. Courtesy of Frieze

첫 작품을 고르는 다섯 가지 기준

첫째, 오를 것 같은 작품이 아니라 매일 보고 싶은 작품을 사라. 신진 작가의 미래 가치는 갤러리스트도 장담하지 못한다.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을 작품이 좋은 첫 컬렉팅이다. 둘째, 반드시 실물을 보라. 화면 속 색과 벽에 걸린 색은 다르고, 붓의 두께와 캔버스의 질감은 직접 봐야 안다. 전시장에서 발걸음이 저절로 멈추는 작품이 가장 정직한 신호다. 셋째, 작가의 꾸준함을 보라. 한 점이 멋진 것보다 몇 년에 걸쳐 자기 세계를 밀고 나가는 작가가 믿음직하다. 작가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에서 지난 3~4년의 작업을 쭉 훑어보면 일관성이 보인다. 넷째, 예산을 먼저 정하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딱 한 점, 컬렉팅은 한 번의 결단이 아니라 평생의 습관이다. 다섯째, 작가·갤러리와 대화하라. 신진 작가는 컬렉터와 직접 소통하는 데 열려 있고, 왜 이렇게 그렸는지 들어 보는 것만으로 작품은 깊어진다.

무엇을 받아야 하나 — 보증서와 영수증

작품과 함께 받아야 할 서류는 둘이다. 하나는 작품보증서(진품 확인서)다.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는 작가가 작품을 넘길 때 보증서를 교부하도록 서식까지 별지로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작가마다 다르고 서명 여부에 따라 갤러리 또는 작가가 발행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항목은 작가명, 작품명, 제작연도, 재료와 기법, 크기, 단품인지 에디션(예: 3/10)인지, 작가 서명과 발행일이다. 없으면 요구하자. 다른 하나는 영수증이다. 갤러리에서 원작 회화를 사면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미술 창작품은 부가세법상 면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원판으로 찍은 복제 판화나 아트 상품은 과세 대상이고, 위탁판매 수수료도 과세다. 국내 구매는 운송비를 갤러리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세금은 어떻게 되나 — 살 때 없고, 팔 때 조건부

살 때 취득세는 없고 갖고 있는 동안 보유세도 없다. 팔 때가 문제인데,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국내 생존 작가의 작품은 얼마에 팔든 양도소득에 세금이 없다. 신진 작가 컬렉팅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경우가 여기에 들어간다. 둘째, 세상을 떠난 작가나 해외 작가의 작품은 양도가액 6천만 원 이상일 때만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셋째, 과세되더라도 필요경비를 양도가액의 90%(1억 원 초과분은 80%)로 인정해 주고 세율은 지방세 포함 22%, 원천징수로 끝나 종합소득에 합산되지 않는다. 한국경제가 든 예시로 8천만 원에 팔면 7,200만 원을 경비로 빼고 800만 원의 22%, 176만 원을 낸다. 상속과 증여는 별개로 과세되며 전문가 2인 이상의 감정가 평균으로 평가한다. 여기까지가 개인 컬렉터의 세금 전부다.

사고 난 다음 — 보관의 숫자

작품을 집에 걸었다면 세 가지만 지키면 된다. 온도와 습도, 빛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을 온도 18~22℃, 습도 50~70%에서 변화가 크지 않게 유지하고, 캐나다 보존연구소는 회화의 상대습도를 40~60%(50% 권장), 70%를 넘으면 곰팡이 위험이 있다고 본다. 빛은 유화 150럭스 이하, 수채화와 판화는 80~100럭스 이하가 미술관 기준이다. 집에서 이 숫자를 재기는 어렵지만 원칙은 단순하다.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벽, 에어컨과 제습기가 있는 방, 액자에는 자외선 차단 유리. 유화는 세워서 보관하고 종이 작품은 중성지(무산성) 매트를 쓴다. 개인용 미술품 보험은 국내에 사실상 없으니, 지금은 보관 환경이 곧 보험이다. 작가의 다음 전시를 찾아가고 작업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까지가 컬렉팅이라면, 작품을 오래 살려 두는 것은 그 관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예의다.

1호 = 22.7×15.8cm · 호수 × 호당 가격 · 신진 작가 페어 출품작은 100만 원 이하 ~ 수백만 원대
화랑미술제(4월) · 더프리뷰 서울(4월) · 어반브레이크(7~8월) · 키아프 플러스(9월) · 서울아트쇼(12월) · 미대 졸업전시(11월 전후)
작품보증서(작가명·작품명·연도·재료·크기·에디션·서명) + 영수증
국내 생존 작가 작품 양도 비과세 · 사망·해외 작가는 6천만 원 이상 22% (경비 90% 인정) · 원작 구매 시 부가세 면세
18 – 22℃ · 습도 40 – 60% · 유화 150럭스 이하 · UV 차단 유리 · 직사광선 금지

세금 규정은 삼일PwC 이슈 브리프(2025.8)와 한국경제(2023.9), 세무법인 자료를 교차 확인했고, 보관 기준은 국립현대미술관 보존환경 안내와 캐나다 보존연구소(CCI) 노트를 따랐다. 개별 사안은 세무사와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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